몇달전 친구의 추천으로 읽은 2010 현대문학상 소설집 중에 윤고은의 [1인용 식탁]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혼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식당에 들어가 당당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관한 이야기다. 이 학원의 수강생들이 겪게 되는 단계는 1단계의 커피숍, 패스트푸드점에서부터 시작해, 들어갈때부터 얼굴에 철판을 좀 깔아줘야 하는 고깃집, 횟집 등의 레벨로 이어진다. 흠. 생각해보니 예전에 [미녀들의 수다]에서 가끔 삼겹살이 너무 먹고 싶은데 혼자 들어가기가 뭐해서 참았다는 이야기를 꽤 많은 미녀들이 했었다. 일본인들에게서도 많이 듣는다. 한국은 식당에서 혼자 밥먹기가 어려워서 곤란하다고.

4년간의 여대생활을 겪으면 혼자 먹기는 꽤 익숙해진다. 공학 애들도 혼자 먹을 때가 꽤 있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내 생각엔 여대 애들이 좀 짱이다. 1학년 1학기 때부터 공학 다니는 친구들이 선배들한테 밥 얻어먹고 있을 때, 우린 혼자서도 어디에서든 점심을 해결해야 했기에 처음엔 김밥/샌드위치로 시작하며 혼자 먹는 법을 배우는 강인한 아이가 되어야 했다.. (어디까지나 나와 주변 여대 애들의 주장이지만)
시작이 길었지만, 적고 싶었던 내용은
일본은 어디에서든 혼자 먹기 정말 편한 나라다.
"혼자 먹는 식사는 지겹다". 위에서 말한 윤고은의 [1인용 식탁]에서 나오는 문장인데, 일본의 식당에서 혼자 먹는 식사는 종종 즐겁기까지 하다. 물론 제일 맛있는 식사는 여럿이 식탁에 둘러앉아 푸짐하게 차려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눠가며 먹는 식사겠지만, 혼자 먹을 때만의 재미가 있다. 고난이도다. 혼자 먹을 수 밖에 없다 → 혼자 먹을 수 있다 → 재미있다 의 발견의 과정.
나도 꽤 익숙한 편이라고는 했으나 역시 혼자서 먹는 건 외롭다고 생각해서 당연히 좋아하진 않았지만(특히나 외국에선 뭔가 더 어색한 느낌도 처음엔 있었고) 작년에 시작한 파트타임 한국어 강사 일 때문에 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 회사일이 끝나면 한국어 강의가 시작하기 전 1시간이 남는다. 처음 몇번은 커피숍, 패스트푸드점을 시도하다가 괜찮은 밥집을 찾기 시작, 학원 근처에 오오토야(大戸屋)를 발견!! YES!!

오오토야아아아아아아. 3년전 교환학생 때 처음 가본 밥집으로 한국에서 일본 가정요리 먹고 싶을때 생각나던. 실은 어디에나 있는 체인점으로 꽤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아서 학생부터 아저씨들까지 손님층도 넓다. "집밖에서도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집밥" 컨셉으로 일본 가정요리가 중심. ↓오오토야의 이런 것들을 사랑한다.

밥(조금/보통/많이 가능), 신선한 채소와 고기, 미소시루가 식욕을 돋구고, 보통 테이블석과 카운터석이 비슷한 비율로 있어서 혼자 먹는 사람이 많다. 먹고 난 뒤에도 책을 읽으며 앉아있기에도 편안한 분위기라서, 든든하게 밥을 먹고 난 뒤 한국어 수업 준비를 하기에 딱이다. 계절별로 신선한 채소/해산물을 중심으로 계절한정 메뉴가 나오기도 하고, 디저트메뉴도 있는데 이것도 강추한다. 디저트도 막 하얗고 인공적인 느낌보다는 컨셉에 맞게 두유랑 커스터드 크림, 과일이 들어간 파르페나 떡이랑 녹차맛 나는 일본식 디저트가 많다.
일본에서 혼자 먹기는 보통 어디든 OK지만(단 역시 고깃집은 잘 모르겠다. 근데 난 하라주쿠에서 귀여운 딸기크레페 혼자 먹으려고 줄 서 있는 남자애도 봤음), 관광객들에게도 꽤 알려진 "요시노야"같은 규동 체인점이나 "후지소바"같은 소바 체인점 말고,
일본에 와서 혼자 다니는데 허기지고 뭔가 건강한 가정식을 먹고 싶을 때 오오토야를 추천한다. 어디에나 있으니까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일본어 사이트이지만 일단은 도쿄내 점포 검색을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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